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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coajfieo 작성일25-04-12 05:50 조회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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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매주 출판 담당 기자의 책상에는 100권이 넘는 신간이 쌓입니다. 표지와 목차, 그리고 본문을 한 장씩 넘기면서 글을 쓴 사람과, 책을 만드는 사람, 그리고 이를 읽는 사람을 생각합니다. 출판 기자가 활자로 연결된 책과 출판의 세계를 격주로 살펴봅니다. 한 시민이 2월 태국 방콕에 있는 쇼핑몰 내 서점에서 책장 사이를 걸어가고 있다. 방콕=AFP 연합뉴스 '세렌디피티.' 일본 출판 전문가인 고지마 슌이치는 올 초 출간된 저서 '2028 거리에서 서점이 사라진다면'에서 도시에 서점이 필요한 이유로 이를 꼽습니다. 세렌디피티는 우연히 행운을 발견하는 기회를 의미하죠. '작가-출판사-서점-독자'로 이어지는 책 생태계에서 독자가 책과 우연히 만나는 장소로써 서점의 기능이 중요하다고 본 겁니다. 9일 오후 서울 마포에서 고지마의 책을 낸 출판사 마인드빌딩 주최로 '책 생태계 포럼'이 열렸습니다. 책에서 소개한 일본 출판 시장의 현황을 살펴 보고, 한국 서점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습니다. 한국만큼 일본 서점도 위기인데요. 주력 상품인 만화와 잡지의 판매가 급감하면서, 서점 수도 2000년대 초반 2만 개에서 2022년 1만1,495개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한 직원이 지난해 10월, 일본 최대 서점 체인인 기노쿠니야 도쿄 지점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작가 한강의 책을 진열하고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존폐의 위협을 느낀 일본 서점들은 각고의 노력 중입니다. 이날 포럼에선 은은한 조명, 좌석 배치, 배경 음악으로 사람들의 체류 시간을 늘리거나 추천 책을 딱 한 권만 진열하는 등 책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일본 서점들의 다양한 전략이 거론됐습니다. 책엔 더 과감한 사례들이 나오는데요, 미용실, 빵집, 코인 세탁소를 함께 운영하는 서점, 휴대전화 판매점을 내부에 유치한 서점, 맞선을 주선하는 서점도 등장합니다. 기다림의 시간에 책을 들춰보다가, 누군가 읽고 있는 책 표지를 흘깃하다가 책과 만나기를 의도한 거겠죠. 보통 구매할 책을 이미 정하고 버튼만 누르는 온라인 서점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서울혁신파크는 시민들의 소중한 추억이 깃들어있는 공간입니다. 시민들은 이 공간을 지켜내기 위해 지금도 투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시는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서울혁신파크부지를 기업에 매각하는 절차를 강행하고 있습니다. 2월 20일 기업매각 공고 이후, 오는 4월 21일 기업과의 계약을 체결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시민의 땅 시유지, 시민의 추억이 깃든 공간, 시민들이 누려왔던 공간을 기업에 팔아넘기며 어떻게 민주주의와 공공성을 훼손하는지 몇 편에 걸쳐 전합니다. <기자말>[김원국]서울혁신파크. 처음 들었을 때부터 이름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이름만 듣고 이 공간이 어떤 공간인지 이해하기 어려웠고, 어렵게 느껴졌다. 일단 발음이 쉽지 않다. 이 공간을 잘 알지 못하는 분들에게 이야기하다 보면 혁.신.파.크. 이렇게 한 글자씩 또박또박 발음하지 않으면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일상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혁신이라는 어려운 한자에 파크라는 영어를 갖다 붙이다니. 이 이름을 지은 사람이 누구인지 몰라도 참 작명 센스가 없다는 생각부터 들었다.이 공간은 예전에 국립보건원이었다. 나는 이곳이 보건원이었던 시절에 은평구로 이사 와서 지금까지 살고 있다. 서울시가 이 공간을 민간 기업에 팔아 넘기려고 한다는 소식을 듣고, 21년 차 은평구 주민으로서 혁신파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보건원 바로 뒤편 가파른 언덕 위 낡은 다가구 주택에 사는 동안, 나는 매일 아침, 저녁으로 이곳 담벼락을 따라 걸어다녔다. 그런데 단 한 번도 보건원 안에 들어가 보지 못했다. 왠지 들어가면 안 되는 공간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중에 이 공간이 혁신파크로 바뀌고 나서야 처음으로 들어가 보았다. 그때 이 안이 이렇게나 넓었구나. 진작 시민들에게 개방이 되었더라면 시민들의 좋은 쉼터가 되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했었다.서울혁신파크라는 공원서울혁신파크라는 이름에서 파크는 공원이다. 오래 전 이 안은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해 하면서도 감히 들어가 볼 생각을 하지 못했던 내가 언제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되었던 것은 이 곳이 공원으로 기능했기 때문이다. 많은 시민들이 반려동물과 산책을 즐기고, 건강을 위해 달리기를 하고, 자전거를 배우고, 친구와 만나 수다를 즐길 수 있는 공원이었다. 달리기를 즐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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