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선고가 하루 지난 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가 적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5.4.5/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파면 이틀째인 5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머물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은 이르면 다음 주 중순쯤에야 관저를 떠날 것으로 보인다.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윤 전 대통령 관저 퇴거 시점에 대해 "아직 정리할 짐도 있고, 주말은 넘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탄핵 인용 이후 관저를 언제까지 비워야 한다는 명시적 규정은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7년 탄핵 인용 후 약 56시간 만에 청와대를 떠나 삼성동 사저로 이사했다.윤 전 대통령은 2022년 5월 취임 이후 6개월가량 머문 서초동 사저로 옮길 가능성이 가장 크다. 이미 경호가 이뤄진 서초동 사저가 가장 적합하다는 것이다.'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대통령이 재직 중 탄핵 결정을 받아 퇴임한 경우에도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경호·경비는 유지된다. 경호처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이 이주할 장소가 결정되면 관련 법률과 규정 등에 따라 경호 활동을 시행할 것"이라면서도 "아직 퇴거 계획을 통보받은 바는 없다"고 했다.다만 윤 전 대통령이 수도권에 제3의 장소를 물색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일반적으로 전직 대통령의 사저에는 별도 경호동이 설치되지만, 서초동 사저는 도심 대로변에 위치한 고층 공동주택으로 경호 공간 확보가 쉽지 않고 반려견이 살기에도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윤 전 대통령은 전날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이후 관저에 머물며 국민의힘 지도부 및 중진 의원, 대통령실 참모진 등과 만났다.윤 대통령은 전날 관저를 찾은 권영세 비대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에게 국민과 지지자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대선 승리를 바란다는 말을 전했다.이어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 대통령실 3실장과는 오찬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윤 전 대통령은 담담한 모습을 보였고, 참모진들은 위로의 말을 전한 것으로 보인다.앞서 정 실장을 비롯한 대통령실 고위 참모진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게 일과 사의를 표명했지만, 모두 문형배 헌법재판소 소장 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의 임기가 오는 18일 만료됨에 따라 헌재가 다시 비정상 체제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졌다. 헌법재판소에 대한 불신이 심각한 수준이지만, 그래도 더 이상의 공백 사태는 막아야 한다. 야당의 무분별한 탄핵소추로 헌법재판 수요가 급증했음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헌법상 헌법재판관 임명권자는 명백히 대통령이다.(제111조) 헌재 파행을 막을 1차 책임자가 대통령이란 의미도 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두 재판관 후임을 인선해야 할 때다.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복귀 여부가 오는 4일 결정될 것인 만큼, 두 경우를 모두 가정해 준비해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헌재는 마은혁 후보자가 임명이 안 돼 9인이 아닌 8인 체제이다. 다시 6인 체제가 되면 심판 정족수(7인)도 채우지 못하는 파행 상태가 된다. 문제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느냐의 여부이다. 헌법학계 다수설은, 권한대행은 잠정적 지위이므로 적극적 권한 행사보다는 꼭 필요한 부분에 대한 소극적 행사가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헌재의 작동 불능을 막는 것은 국가 시스템 수호를 위해 미룰 수 없는 일이다. 헌법과 법률 측면에서도 무리가 없다. 헌법재판소법 제6조에는 재판관 임기 만료 시 후임자를 임명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야당은 거세게 반발한다. ‘임기 만료된 재판관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을 경우 후임자 임명 때까지 기존 재판관이 재직’하고, 대통령 대행이 재판관 후임자를 임명하지 못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31일 국회 법사위 소위에서 일방처리했다. 헌법에 규정된 임기(6년)를 하위법으로 연장할 수 없다. 명백한 위헌이다. 마 후보자를 임명하라고 하면서 다른 재판관 임명을 막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다만 헌법재판소장의 경우엔 국회 동의를 먼저 받도록 헌법에 규정돼 있다. 민주당은 한 대행에 대한 재(再)탄핵소추를 주장하지만, 그런 행태야말로 행정부와 헌재를 무력화하는, 헌법 파괴 시도와 다름없다. 중단하기 바란다.
헌법재판소의 윤